내 生의 길목에서 - 모순은 갈등의 씨앗이다

2012. 5. 30. 15:03단상

 -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는 일에 할애한다. 모순은 인위적인 노력이다. 모든 인위적인 노력은 삶의 근원적인 힘, 곧 순정한 생명의 힘을 소모시킨다. 모순이 있는 곳에는 갈등이 생기고 우리는 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기실 생명력의 낭비를 막기 위한 심리적 저항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반면에 저항은 또 다른 힘을 생성한다. 무언가에 저항하는 순간 그 저항이 또 다른 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모든 행위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사이의 마찰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저항과 갈등이 새로운 힘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힘은 거의가 파과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결코 우리의 삶을 기름지고 풍요롭게 고양하는 창조적인 힘이 아니다. 그러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삶의 모순이 내뿜는 긴장감으로부터 무엇을 표현하고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공급받기도 한다. 이 경우 일상에서 마주치는 긴장감과 갈등이 클수록 더욱 뛰어난 결과를 얻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창조물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창조가 아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부대끼고 시달린 갈등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영위하는 삶 자체가 갈등과 모순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그 때 비로소 저항의 산물이 아니라 참되고 창조적인 생명의 힘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