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23

2012. 7. 12. 08:59편지

 산은 그것이 어디에 있던 모두 같다. 동서남북, 중앙 어디에 있건 모두 동일하다. 고대인들의 그림이나 문양을 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어떤 형상의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선이 있고 그 선은 틀림없이 어느 한 쪽이 트여있다. 이 점이야말로 중요하다. 모든 것이 막혀있는 폐쇄적인 공간은 나와 나 아닌 다른 것을 단절시키고 다른 모든 것들과의 교감을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충일케 하는 새로운 정신은 바로 이 끊어진 부분 -트여있는 부분- 을 통해서 유입된다. 새로운 정신이 유입되고 있는 이상 옛것은 이미 옛것이 아니다. 옛것은 틀림없는 옛것인데 아직도 살아있는 옛것이라는 의미다. 그것이 곧 전통이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할 때 그것은 정지된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며 공존하는 문화적 형태와 공간을 뜻한다.

 

 현대의 도시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고 다듬은 돌과 바위뿐이다. 도시적 환경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무들의 수런거림이나 새벽안개를 가르는 거미줄, 수정보다 맑은 아침 이슬들은 아예 다른 세계의 정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역시 찬란하고 아름다운 그 모든 것들은 참된 생명의 힘과 가능성이다. 만일 그것들이 그들 삶의 일부분이 되기만 한다면 그들 자신이 곧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변화의 핵심이며 우리가 쌓은 금제의 벽을 무너뜨리고 나타나는 영원의 실체다. 영원은 사실 시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시간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세속적인 욕망을 끊는 지금 바로 이 자리에 존재한다. 이런 깨달음의 순간 우리는 흔히 삶의 신비와 우주의 경이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세일아! 네게도 매일매일 새로운 삶의 신비와 경이가 그 모습을 드러내길 빈다. 엄마에게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