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 25

2013. 1. 20. 09:31논설

 

 

 11. 종교의 정의

 

 

  앞선 글에서는 종교의 기원이 되는 주요 원인을 구명하기 위해 진화론을 통해 진화원리의 정신적 법칙을 밝히고, 종교의 본질을 규명하는데 이론적 기초가 될 고대인古代人과 현대인現代人의 인생관을 살펴보았다. 이제 종교의 내용을 이루는 주된 요소들을 살핌으로써 종교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려 볼까 한다.

  현존하는 종교들의 내용요소들을 두루 살펴보면 대략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으니 이는 바로 종교마다 지니고 있는 『절대적 내용』과 『상대적 내용』이다. 절대적 내용은 해당 종교의 보편성을 결정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므로 그 내용 중의 일부라도 결여되면 종교로 성립될 수 없다. 상대적 내용은 종교의 특수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어느 종교이든 자신의 특질과 개성을 표현하는 가치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감, 수박, 바나나는 모두 과일이다. 이들이 지니고 있는 씨, 과육, 껍질 가운에 어느 하나만 없어도 과일로 분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씨, 과육, 껍질 세 가지는 감과 수박, 바나나를 과일이게 하는 필수적요소다. 껍질이 매끄럽고 붉은 것과 과육이 달거나 떫은 것, 씨가 단단하고 긴 것은 감만의 특별한 표현이며, 껍질이 푸르고 두터운 것과 과육이 달고 담백한 것, 씨가 단단하고 작은 것은 수박 나름의 독특한 표현이며, 껍질이 연하고 두터우며 노란 것과 과육이 달고 기름진 것, 씨가 연하고 미세한 것은 바나나의 특수한 표현이니 각각의 표현은 감, 수박, 바나나의 독자적인 가치요소다. 이처럼 종교도 나름대로 저마다 추구하는 이상과 신앙, 의례의 3대 내용을 갖추고 있는 바 이 세 가지 내용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종교라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상과 신앙, 의례는 종교의 절대적 내용이고, 그 이상의 높고 낮음이나 추상적이든 현실적이든, 신앙의 대상이 신격神格이건 인격人格이든, 추상신抽象神이거나 자연신自然神이거나 그 의례가 복잡하거나 간소한 것은 각 종교의 특성과 여건에 맞추어 표현한 상대적 내용으로 해당 종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현존하는 모든 종교가 반드시 구비하고 있는 경전經典이나 계명戒命, 성전聖殿도 역시 상대적 내용으로 종교의 보편성과는 관계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결국 종교의 절대적 내용은 영구불변적인 요소인 반면에 상대적 내용은 그 때와 경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꾸거나 폐기할 수 있는 가변적 요소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