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 59

2013. 4. 2. 06:57논설

 

제 4 장 신 관 神 觀

 

1. 일반적인 신神 개념

 

  신神은 세계의 창조자, 우주의 지배자, 무한한 절대자, 선善의 표상, 운명과 화복禍福의 주재자로 인식되어 초기 인류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절대적 공경과 숭앙을 받아왔다. 그 같은 무조건적인 숭배와 긍정, 더없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신神도 철학과 학문의 발달로 인해 그 존재와 의미가 퇴색되었고, 결국 무신론자들에 의해 그 존재와 본서이 근본적으로 부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신神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의 문화나 일상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 또한 사실이므로 그 실재와 의미를 무조건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것보다는 신神에 대한 개념의 역사적 발달과정을 검토하고 그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자세라 할 것이다.

  신神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시대와 경우에 따라 서로 달랐다. 처음 인류가 소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씨족생활을 할 때는 신神에 대한 개념도 그 씨족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맞도록 구성되었고, 생활 방식과 문화가 유사한 여러 씨족이 모여 이루어진 부족사회에서는 신神에 대한 개념도 부족 공통의 이해와 일치하도록 바뀌었으며, 제정일치 시대인 봉건 시대에는 신神에 대한 관념도 봉건제도의 정신에 맞도록 수정되었으며, 도덕적 종교 시대에는 그에 걸맞도록 변했다. 결국 신神에 대한 개념은 인간 사회의 변천에 따라 씨족신氏族神, 부족신部族神, 지방신地方神, 문명신文明神의 단계를 밟아 진화되어 왔다.

  신神에 대한 정의는 문명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다. 원시시대의 사람들은 흔히 동물신動物神을 숭배했고, 고대사회에서는 천체신天體神과 자연신自然神을 믿었고, 문명시대에 이르러서는 인격신人格神을 숭상하게 되었다. 신神은 그 내용과 형상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했으니 천체신도 천공신天空神과 일월신日月神으로 분리되고, 인격신도 각 종족의 형체와 소양을 지닌 신神으로 나누어지며 같은 민족이라 해도 시대의 변화와 사회관계의 변동에 따라 신봉하는 신이 바뀌기도 했다. 바빌로니아인들이 모시던 신神 라무Lahmou와 라하무Lahamou는 후에 안샤아르라와 키샤아르라는 한 쌍의 신神으로 교체되었으며, 키샤아르는 그 후에 다시 에아Ea로, 에아는 벨Bel로 벨은 마르두크Mrduk로 바뀌었으며, 그리스 최초의 신 크로노스Kronos는 새로운 정치질서와 사회제도의 계도자인 제우스Zeus에게 구축되었다.

  그 밖에도 정치 세력의 변화와 새로운 문화의 전파로 인해 한 지방신地方神이 다른 지방신을 정복하거나 구축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로마 문명이 그리스화 되면서 로마의 신이 그리스의 신에게 정복당하고, 로마 제국이 지중해 일원을 통일하게 되면서 로마의 신이 지중해 각지의 지방신을 모조리 정복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도 모두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신神에 대한 개념은 늘 인간의 현실이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사라지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하며 끊임없이 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