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 79

2013. 5. 6. 09:55논설

 

  

  제 6 장 도 덕 관 道 德 觀

 

 1. 도덕道德의 원리

 

 기성종교가 맡은바 도덕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를 교화敎化해 오는 동안 그 수행규범이 사회의 주된 관습으로 자리 잡고 고유의 이상理想 또한 보편화되었다. 기성종교는 도덕道德의 기원을 신神의 계시啓示에서 구求하기도 하고 인성人性의 본질에서 구하기도 했는데,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전자前者에 속하고 불교, 도교, 유교 등이 후자後者에 속한다. 이런 이유로 종교는 곧 도덕, 도덕 곧 종교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중세의 문예부흥기에 이르러 도덕道德 역시 다른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점차 종교 본연의 영역에서 일탈하기 시작해 갖가지 주장과 학설이 제기되었으니, 어떤 이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과 이성理性에서 도덕의 기원을 찾기도 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 행복을 지향하는 성향에서 비롯한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크로포트킨 P.A.Kropotkin은 진화론에 의거해 인간이 동물들의 상호부조적相互扶助的인 집단생활로부터 생활방식을 배워온 까닭에 같은 무리의 다른 개체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을 지니게 되었고 이 동정심을 기본요소로 해 상호부조의 습성과 정의감正義感이 발생하고, 정의감이 다시 도덕관道德觀으로 발달했다는 이론을 세웠으나 자신이 주창한 학설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여러 가지 이론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도덕적 감성은 그 생식성生植性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시 남·녀 양성兩性은 서로 호감好感을 얻기 위한 노력을 통해 상대와 맺어지게 되는데, 이 호감을 얻으려는 노력으로부터 상대방에 대한 은의감恩誼感이 발생하고, 이 은의감이 도덕적 감성의 기본요소가 되고, 은의감이 정의情誼로 진전되어 부부생활이 성립되고, 이 정의情誼가 다시 부자, 형제와 자매, 친구 사이로 연장되고, 다른 인간관계로 까지 확장되어 씨족을 결성했다. 집단적 정의情誼는 다시 주관主觀과 객관客觀 두 방향으로 분화했는데, 주관적으로는 의무감, 객관적으로는 타인을 배려하고 동정하는 마음으로 발전했다. 인간의 집단생활이 더욱 진화 발달함에 따라 의무감은 정의감으로, 남을 배려하고 동정하는 마음은 같은 무리의 구성원 모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정의감은 자유와 평등의 감정으로, 남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희생봉공犧牲奉公의 정신으로 발달했고, 이것이 도덕적 감성이 발생하는 전 과정이다. 자유와 평등, 희생봉공의 정신이 도덕적 감성의 본질을 이루는 까닭에 도덕道德이야말로 인간이 영위하는 무리생활의 근간인 협동정신의 기본원리와 진화의 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무리생활이 씨족 집단에 국한되었던 시기에는 정의情誼가 도덕적 감성의 본질이었으나 대 부족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의무감과 동정심이, 중앙집권제 국가가 출현한 뒤에는 자유, 평등과 희생봉공의 정신이 도덕성의 본질로 변한 것은 사회가 진화하는 각 단계마다 그에 적합한 규범과 질서를 선택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