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153

2015. 10. 23. 13:44단상

 아무리 짓이기고 죽여도 지나가지 않고 끈질기게 머물러 있는 시간은 멍청하게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거지. 그러다 보면 문득 정말 느닷없이 성큼 눈물이 솟기도 한다. 무단히 그냥 솟는 거다. 훔쳐볼 사람도 없는데 행여 누가 볼 새라 눈을 부비면서 흘깃 거울을 보면 눈시울 붉은 웬 낯선 사내가 홀로 앉아 있곤 한다. 그렇게 하루 하루 시간을 죽이면서 스스로를 위무한다. "그래 나는 아직도 건강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잖아? 어디 마음대로 해보라구. 내가 눈 하나라도 깜짝 할 것 같아?" 그래도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드디어 무엇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화들짝 놀란다. "너무 많이 자주 글을 쓰면 안 돼. 글은 네 감정을 메마르게 하고 결국은 너를 아주 피폐케 할 테니까. 너를 지켜야 해. 네 감정까지도, 너만이 너를 지탱할 수 있어." 사방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자꾸만 주변을 돌아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영겁永怯처럼 시간이 남아도는, 그래 이곳은 바로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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