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性의 끝, 人性의 시작 - 61
완전이념은 신神이라는 개념 구성의 기본 동인動因이다. 가장 먼저 완전이념의 발동에 의해 신神에 대한 개념이 구성되고, 호칭의 사용을 통해 장로 숭배의 사상이 융합되어 그 권위를 실제화하고, 통일이념의 발동으로 천지창조의 관념이 더해져 그 권위를 더욱 강화하고, 운명이념의 발동으로 지배관념이 중첩되어 더 큰 권위를 부여하고, 무한이념의 발동으로 절대관념이 합해져 무상의 권위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이념은 신神의 개념에서 분리되었으나 완전이념만은 분리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신神으로부터 이미 분리되어버린 다른 이념을 분석 검토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완전이념에 대한 깊은 연구와 천착이 이루어져야만 신神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구명究明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이념의 발동은 곧 목적성의 충동에 의한 것이다. 우리는 늘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금보다 더 완전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우면서 높은 수준의 생활을 동경하며, 그 높은 수준의 생활을 견지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인격의 모범적인 형태와 준거를 생각하므로 그 생활에 적합한 인격의 전형典型이 우리 의식 안에 완전이념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 완전이념이 바로 우리의 표상의식이 되어 우리를 견인해 끊임없이 진화하도록 하는데 이 표상의식이야 말로 신神에 대한 개념을 구성하는 기본 동인動因이다. 그러므로 신神은 우주의 창조자나 하늘과 천리天理의 주재자가 아니라, 단순히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인격의 전형으로 표상의식의 권위화權威化이며, 대표이념의 권위화일 뿐이다. 특정 개인이 모시는 신神은 개개 인격의 진화이상이며, 한 사회가 신봉하는 신神은 그 사회의 진화이상이다. 진화이상의 견지에서 생각하면 시시각각 일어나는 진화는 시시각각의 신神이며,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 단계의 형상 또한 각 단계의 신神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단순화된 내용으로 구성된 신神의 개념은 자기 보전을 위해 통일이념과 다른 여러 이념들을 수용해 변태적 권위를 구축하고, 기이하고 신비한 현상과 부당하게 연계해 필요 이상의 위엄을 설정하는 까닭에 그 본래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채 우리의 이성을 끊임없이 억압하고 구속해왔다. 그러나 이제 신神은 그동안의 불필요한 이념들과 절연하고 인류의 진화를 선도하는 본연의 책무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표상表相에서 이상理想으로 다시 이상에서 실상實相으로 이른다. 표상表相은 곧 표상의식이며, 표상의식을 분석해 그 개연성이 인정되면 그것이 곧 이상理想이 되고, 이상에 능동적 행위가 수반되어 타당성이 인정되면 그것이 곧 실상實相이 된다. 가령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서울이라는 지역을 여행하고자 할 때, 처음에는 그저 서울이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의식 내에 나타나는데 이것이 곧 표상表相이다. 서울에 가서 해야 할 일을 결정하고, 여정을 조사하고,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를 계산해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은 곧 이상理想이며, 고속버스나 철도를 이용해 대전 천안을 거쳐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 곧 실상實相이다. 이처럼 우리 일상의 모든 활동과 일 모두가 표상表相, 이상理想, 실상實相의 세 가지 법칙에 의해 전개된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