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760
2018. 8. 23. 10:54ㆍ단상
감성이나 감정이 사랑에 관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감성과 감정은 싫고 좋은 것에 대한 정서적 반응일 뿐이다. 상대가 좋으면 그에 대해 쉽게 열광하고 어떤 특정한 장소가 좋으면 그 곳과 그 곳에 있는 다른 것들 까지도 사랑스러워 진다. 그러나 이 같은 감정은 그 밖의 다른 장소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럴 때 감성과 감정은 현실적 잔인성을 지니게 된다. 국기와 깃발의 동일시 같은 경우가 아주 전형적인 감성과 감정의 매몰현상이다. 이 현상을 보전하기 위해 우리는 아주 기꺼이 서로를 죽인다. 그리고 이것을 애국심이나 동포애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감성과 감정이 충만한 자리에는 사랑이 비집고 들어설 여유가 없다.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어떤 잔혹한 행위도 태연하게 자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성과 감정이기 때문이다. 질투가 있는 곳에도 사랑은 없다. 나보다 더 높은 지위, 더 좋은 일자리, 더 좋은 집에 살면서도 나보다 더 잘생기고 더 지적이며 의식이 더 깨어있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질투한다. 그러면서도 절대 그를 질투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그와 경쟁한다. 이 경쟁이야말로 질투이며 시기다. 그러므로 질투와 시기는 사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