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761

2018. 8. 24. 08:27단상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통상적인 지각이나 오감의 반응, 반작용이 아니라 증오, 애착, 사랑, 서로에 대한 연민 같은 것들을 말한다. 우리는 보통 사랑과 연민 같은 정서를 긍정적인 감정이라 부르고, 분노와 증오, 원한 같은 정서를 부정적 감정이라 구분한다. 그리고 이 부정적인 감정을 자신의 감성체계 안에서 축출하려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과연 무엇인가? 사랑은 분명 기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은 기억이다. 우리가 아내나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이 말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정말 상대를 사랑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말을 함으로써 즐거워지고 충만해지는 감정을 사랑하는 것인가?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것, 자신만의 것으로 인정되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아닌가? 이 경우 우리가 사랑하는 것, 혹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아내", "내 남편"의 이미지나 상징이지 현존하는 실체로서의 개인은 아니다. 우리는 기실 아내 또는 남편에 대해 전혀 모른다. 상대를 안다는 것이 말 그대로 인지를 뜻한다면, 우리는 결코 아내나 남편을 알지 못한다. 인지는 본시 기억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즐거움과 고통, 내 삶을 관통해온 고뇌, 내가 소유하고 집착했던 것들, 두려움, 슬픔, 외로움, 절망에 관한 기억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상대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정말 사랑의 본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지닌 모든 감정, 좋고 나쁨까지도 버려야만 한다. 독이 들어있는 음식을 아낌없이 버리는 것처럼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무엇이든 무엇이라도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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