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生의 길목에서 - 완전한 침묵

2010. 2. 15. 09:03단상

 

 

- 자신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풍부한 지성, 완전한 주의와 경계, 끊임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그래야 길을 잃고 엉뚱한 곳을 헤매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행위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다.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부정하고 그로부터 벗어날 때 비로소 창조가 가능하다. 창조는 지적知的인 것도, 정신精神과 관계된 것도, 자기투사自己投射적인 것도 아니다. 모든 지식과 경험을 넘어선 어떤 것이다.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은 상태, 자기가 없는, 자기부재의 상태에 머물 때 우리는 스스로 투명해질 수 있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네 마음의 움직임은 실제로 너를 강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마음이 어느 것도 인지하지 않는 상태는 완전한 침묵이 있을 때 가능하다. 자기 경험으로서의 침묵, 자기를 더욱 강화시키는 침묵이 아닌 완전한 침묵이 그래서 필요하다.

 

-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의 다양하고 확연한 존재양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한 계층, 특정한 사회, 특정한 지역에 속한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이 같은 변혁이 보편성을 획득하고 체계화된 순간 어느덧 자기는 사라지고 우리는 개개인으로써 서로 사랑하고, 매일의 삶 속에서 한결같은 사랑을 실천하면서 자신과 타인, 이웃과 사회의 변혁을 이룰 수 있다. 변혁이란 자기라는 생각, 기억, 결론, 경험, 명명이 가능하거나 불가능한 다양한 의도, 존재와 비존재를 위한 의도적인 노력, 행위나 의식을 통해 투사된 민족, 집단, 부족 등 개인적인 모든 기억들을 향한 투쟁이다. 경쟁과 존재에 대한 욕망도 마찬가지로 이 모든 것을 향한 투쟁의 과정이며 변혁이다. 흔히 과거와 달라진 자신과 직면할 때 우리는 문득 자기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무력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기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선하고 고귀한 것도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이처럼 자기를 완벽하게 잃어버린 순간, 무엇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식조차 없는 순간이야말로 변혁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 삶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믿음이 필요 없다. 사랑을 아는 자에게도 믿음은 필요하지 않다. 이미 사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믿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경험 속에는 정작 사랑이 없다. 사랑을 알 때는 자기가 없다. 사랑이 존재하는 순간 이미 자기를 자각할 수 없는 지혜 속에 파묻힌다. 지혜는 언제나 안전과 보호를 원하고 위험을 회피한다. 또한 생각, 믿음, 이상理想의 벽을 쌓아놓고 그 뒤에 숨어버린다. 그러나 이상을 창조하고 그것을 추종하는 것보다는 실제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상은 허구이나 실제는 진실이다. 실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역량과 민첩함, 편견 없는 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와 직면해서는 그것을 이해하기를 꺼리는 까닭에 여러 가지 회피하는 방법을 찾아 거기에 이상, 믿음, 신神, 같은 그럴듯한 이유와 이름을 붙인다. 거짓을 거짓으로 볼 때만 진실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의 정신이 거짓으로 혼란에 빠져 있으면 결코 진실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과 관계된 모든 것들 속에서 거짓을 찾아내야 한다. 무지와 거짓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어떤 각성도 불가능하다. 정신이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사람, 세상 모든 것과의 관계 속에서 거짓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거짓을 볼 때 진실이 찾아오며 기쁨과 행복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