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生의 길목에서 - 우리의 생각과 의식

2010. 2. 24. 12:43단상

 

- 우리는 늘 생각을 사실보다 중시한다.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거나, 그럴 능력이 없거나 사실을 직면하기가 두려운 까닭이다. 생각이나 견해, 이론은 사실로부터 도망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사실을 기피해도 세상에는 수많은 사실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곧잘 그런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한다. 그러나 이것은 억압의 또 다른 형태이다. 우리는 이처럼 모든 사실을 생각을 통해 은폐하고 억압하고 통제한다. 그러면서도 엉뚱한 이론을 제시하고 인용하는데 능숙하다. 실제와 실제를 이해하는 일에는 무관심하면서도 그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 진정한 경험은 우리의 마음이 기존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때만 가능하다. 생각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진리란 매 순간순간 마다 직접 경험하는 어떤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다. 단순한 경험은 오감을 통해 얻는 지각일 뿐이다. 생각의 다발을 넘어서는, 이것을 뛰어넘어야만, 생각이 완벽하게 중단되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경험의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러면 진리가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 의식은 생각의 과정이다. 또한 의식은 무의식의 반응이다. 생각은 의식을 언어화하는 과정이며, 또한 기억의 결과이면서 시간의 작용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모든 행위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생각에 의해 조건 지워지고 분리된다. 그러면서도 의식에 의해 상충되고 다른 의식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이때의 행위와 의식 사이에는 틈이 생긴다. 이것은 일종의 해리 현상으로 자신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행위가 그래서 실재한다. 지식과 믿음은 근본적으로 무엇을 분리시키는 특성이 있다. 지식, 믿음 신념이나 이상은 간혹 행위와 의식을 완전하게 분리시키고 파편화시킨다. 그래서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행위가 가능하다.

 

- 의식은 모든 행위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각에 일정한 틀을 만들어 스스로의 행위를 제한하기도 한다. 자신의 정서에 반해서 신념이나 생각에 의해 억지로 하는 행위, 이런 행위는 결코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의식이 행위를 가능케 하는 것이라면 행위는 결코 우리가 겪는 불행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의식을 행위화하기 전에 그 의식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 이데올르기는 언제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방해하고 정상적인 행위를 가로막는다. 따라서 이데올르기에 심취한 사람은 평화까지도 관념상으로만 원할 뿐 현실적으로는 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의식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우리가 평화라고 말할 때 그것은 각자가 서로 자기의 평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때의 평화라는 말은 평화가 아니다. 이 같은 의식과 견해의 차이를 극복할 때에야 비로소 참된 평화가 깃든다. 우리는 곧잘 평화가 아닌 의식의 세계에 머물러 있곤 한다. 그리고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들을 조정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질 뿐 분쟁의 근원을 제거하는 데는 무관심하다. 오직 과거를 조건으로 하는 해결책만 선호한다. 이 같은 조건화를 우리는 지식이나 경험이라 부르며 모든 것을 그것에 맞추어 해석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접근은 실제와 과거의 경험 사이에 갈등을 유발시킨다. 과거의 것인 지식은 현존재적인 사실과 지속적인 갈등관계를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지식과 경험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문제를 파생시킬 뿐이다.

 

- 의식은 사고 작용의 결과이고, 사고 작용은 기억의 반응이다. 그러나 기억은 언제나 무엇으로 부터든 제약을 받는다. 기억은 반드시 과거와 함께하며 현실 속 존재와의 연계 하에서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묻혀 진 기억이든, 살아있는 기억이든 현실 속의 생생한 기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분명하고 확고한 의지에 의해서 행동해야 한다. 어떤 관념이나 주장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주관에 따라 행동할 때 우리의 기억은 비로소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실 속의 생명을 얻을 수 있다.

 

- 생각은 언제나 생각하는 자者에 의해서 제한되고 생각하는 자者 또한 자신의 생각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생각을 시작하는 순간 의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은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 더 많은 혼란을 조성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은 의식하지 않고 행동한다. 사랑은 의식意識이 아니다. 자각自覺도 아니고 기억記憶도 아니다. 사랑은 의식의 전 과정 그 너머에 위치한다. 우리의 의식이 그것을 분명히 인지하기보다 포기할 때 비로소 참된 사랑을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