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밟기
2010. 8. 5. 12:03ㆍ시
그림자 밟기
마음에 비친 그림자에 열중한
사람이
이 땅에 뿌리내린
여느 다른 사람의 뿌리와 어울려
숨 가쁘게 살아가려면
아직도 많이 외로워야 한다
무성한 꽃나무 그늘에서
뜨거운 한낮의 꿈을 숙의하면서도
술 한 잔 나눌 수 없는 무리와
먼지만 남기고 도망하는 무리의
가난하고 비겁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럴 때는 가끔 비가 내려도 좋다
꽃잎 나풀대는 골목
진창 속을 철벅이며
목마른 가슴마다
물을 퍼주고
맛좋은 샘물이 철철 넘쳐나는
그럴 때는 늘 비가 내려도 좋다.
그러다 한 번씩은 눈이 내려도 좋다
빈 텃밭의 어둠이나 아픔
함부로 쏟아지는 햇살이며
허튼 욕설과 미친 바람에 휩싸여
세상 누구라도
붙들고 악을 쓰는
그럴 때는 항용 눈을 뿌려도 좋다.
진한 이별의 잔을 나눌 때
무수한 별들이 웃음으로 변하며
무수한 샘들이 눈물로 변하며
뿌린 씨앗이나 열매
지난 수확의 부피를 재고 있을 때
세월을 건너 문득 찾아든 형제는
정말 반가울 수 있다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