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2010. 8. 8. 09:39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이 멀어 보일 때는

길가에 널브러진

아무 곳이나 가장 가까운 술집을

찾을 일이다.

될수록 태연한 척

당당한 걸음이면 더욱 좋겠고

아주 큰 몸짓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

문을 열고서 험한 눈길을

구석까지,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분배하고 나면

아마도 틀림없이

제 맘껏 허술한 아지매가

몸엣것도 없는 중년 아낙이

저녁 술집의 서름과

매캐한 양념 내를 풀기며 다가와

혼자 찾는 술손님이

이제는 낯익은 손님이 아무도 없다며

조근조근 술을 칠게다.

소주잔이나 좋이 죽이고 나면

다시 목로 뒤로 돌아가 순대를 썰며

언제나처럼 덤덤한 눈빛으로

당신을 볼게다.

그 때야 말로 당신이 일어설 때

또 다른 술패들이 몰리기 전에

조용히 일어나 門을 열고 나올 일이다.

그래도 집으로 가는 길이 멀어 보일 때는

두 눈 뒤집고 네 발로 기면서

꺼이꺼이 吐질 하며

세상 온갖 것 가랑이 사이로 뒤집어 보고

퉤,퉤, 침이라도 뱉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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