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1390
2021. 11. 2. 09:05ㆍ단상
逍遙遊 8
견오肩吾(道를 터득한 전설상의 현인)가 연숙連叔(전설상의 현인)에게 물었다.
“내가 접여接輿에게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가 너무 엄청나고 신빙성이 없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돌아올 줄을 몰랐소. 그의 말은 마치 은하수가 끝없이 계속되는 것처럼 두려웠고, 상식과 너무 크게 벗어나고 동 떨어지는 것이었소.”
연숙이 물었다.
“그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소?”
견오가 그 물음에 답했다.
“막고야산藐姑射山에 神人이 살고 있는데 그 살결이 얼음이나 눈처럼 흰 것이 처녀와 같으며,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과 이슬을 마시며, 구름을 타고 비룡飛龍을 몰고 다니며 이 세상 밖에서 노닌다는 것이오. 그가 정신을 집중하면 萬物이 상하거나 병드는 일이 없고 곡식들도 잘 익는다는 것이오. 그러니 나는 하도 허황된 말이라 믿을 수가 없는 것이오.”
연숙이 말했다.
“그렇겠소이다. 소경은 무늬나 색채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고, 귀머거리는 종소리나 북소리를 들을 수 없소. 어찌 세상에 육신의 소경과 귀머거리만 있겠소? 지혜로움에도 소경이나 귀머거리가 있는 것이오. 그것은 바로 그대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오. 그 신인의 德은 만물과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있는 것이오. 사람들은 그 신인이 세상을 잘 다스려 주기를 바라지만 그가 어찌 천하를 위해 수고로운 일을 하려 하겠소? 그 신인은 어떤 사물에 의해서도 피해를 입는 일이 없고, 큰 홍수가 하늘까지 닿게 된다 해도 물에 빠지는 일이 없으며, 큰 가뭄으로 쇠와 돌이 녹아 흐르고 대지와 산이 탄다 해도 뜨거움을 느끼지 않소. 그는 몸의 티끌이나 때 또는 곡식의 쭉정이와 겨 같은 것으로도 요堯임금이나 순舜임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어찌 천하 따위를 위해 일을 하려 들겠소?”
송宋나라 사람이 장보章甫라는 관冠을 사가지고 월越나라로 팔러 갔다. 그러나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문신을 하므로 관을 쓰지 않았으므로 소용이 없었다.
요堯임금은 천하의 백성들을 다스리고 세상의 정치를 안정시킨 후 막고야산에 살고 있는 네 명의 신인을 만나러 갔다. 그러나 도읍의 교외에 있는 분수汾水에 이르러서는 그만 멍하니 얼이 빠져 천하의 일 따위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다.
※ 莊子가 생각한 이상적인 인물은 道와 일체가 되어 세상 밖에서 노니는 사람으로 천하를 준다 하더라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고고한 존재였다. 儒家의 세속성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해도 지나치지 않을 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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