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1391

2021. 11. 3. 08:17단상

    逍遙遊 9

 

 혜자惠子(장자의 벗이자 논적)가 莊子에게 말했다.

 “위왕魏王이 내게 큰 박씨를 주었는데 이를 심어 길렀더니 다섯 섬이나 담을 큰 박이 열렸소. 그런데 여기에 물이나 장을 담아 보았더니 딱딱하고 무거워 들어 올릴 수가 없었소. 그래서 이것을 두 쪽으로 나누어 바가지를 만들었더니 얇고 약해서 쓸 수가 없었소. 엄청나게 크기는 하지만 쓸모가 없어 부숴버리고 말았소”

莊子가 말했다.

 “선생은 큰 물건을 사용하는 방법이 정말 졸렬합니다. 宋 나라에 손 안 트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소. 그는 대대로 솜을 물에 빠는 일을 했소. 어떤 나그네가 그 소문을 듣고 그 약을 만드는 비법을 백금을 주고 사고 싶다 하자 그는 가족을 모아놓고 의논했소. ‘우리는 대대로 솜 빠는 일을 해왔지만 벌이는 단 몇 푼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금 이 약 만드는 비방을 백금에 사겠다고 하니 처방을 내주자.’ 그렇게 비방을 얻은 나그네는 오왕吳王을 찾아가 설득했소. 마침 월越나라가 공격해오자 오왕은 그 나그네를 장군으로 기용해 한 겨울 물 위에서 월나라 군사를 맞아 싸워 크게 이겼소. 오왕은 그 공을 기려 나그네에게 영지를 나누어주고 제후로 삼았소. 손을 트지 않게 하는 방법은 같으나 한 사람은 영지를 나누어 받은 제후가 되었고 또 한사람은 여전히 솜을 빠는 일에서 헤어나지 못했소. 이는 그 사용법이 다르기 때문이오. 다섯 섬이나 담는 큰 박을 가지고 있다면 왜 그것을 배로 만들어 양자강이나 동정호에 띄울 생각을 하지 않고 너무 펑퍼짐하여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 거요? 그러니 선생의 마음은 트이지 못하고 막혀있는 것이오."

 

※ 어떤 물건이라도 그 특성을 살린다면 반드시 쓰임이 있다는 말처럼 생각되지만 쓸모가 없는 것은 그래서 오히려 쓰임이 있다는 이른바 無用之用에 대한 언급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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