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을 닦으며
2011. 4. 25. 10:13ㆍ시
붉게 핀 春柏이
밝은 선홍의 꽃 이파리가
눈 시리게 맑다.
내보내고 갈 곳 있어
화분을 씻는다
이파리를 닦는다
행여 꽃잎에 물 튀길까
조심조심
아무리 조심해도 모자라지
당신은 저 아래 남녘에서
이곳까지 꽃소식 전하고
남는 시간엔 화전도 부치면서
봄물 머금은 꽃눈마다
입맞춤도 하겠지만
한 줄기 빈 바람에도
가슴 시려
봄기운도 꽃소식도
모두 비껴가는 이곳은
춥디 추운 嚴冬
홀로 남은 겨울 섬이다.
그래도 숨지 않고 나와
곱은 손 부비며
꽃잎을 닦음은
버석대는 영혼의 끝자락
빈 마음자리 다독이고
또 다독여서
언젠가는 내게도 와 닿을
그 잘난 봄빛을
기다리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