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1445

2022. 1. 21. 09:17단상

   德充符 1

 

 노魯나라에 형벌을 받아 발 하나가 잘린 왕태王駘는 그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孔子를 따르는 사람의 수와 비등했다. 이에 상계常가 공자에게 물었다.

 “왕태는 형刑을 받아 발이 잘린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라 배우는 者가 많아 선생님과 노나라 사람을 양분하는 형편입니다. 그는 서있어도 가르치는 것은 아니고, 앉아있어도 논論하는 것이 아닌데, 빈 마음으로 왔던 자가 마음이 가득차서 돌아갑니다. 본래 말없는 가르침이라는 것이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정말 마음이 완성된 자일까요? 그는 어떤 사람인지요?”

 공자가 말했다.

 “그분은 성인聖人이시다. 다만 나도 아직 찾아뵙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장차 스승으로 모시려 하는데 하물며 나보다 못한 사람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느냐? 노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천하 사람들을 이끌고 그를 따르려 한다.”

상계가 다시 물었다.

 “그는 발이 잘린 불구인데도 선생님보다 더 훌륭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가 보통사람들 보다야 훨씬 뛰어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그 마음가짐을 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죽음과 삶 역시 중요한 일이다만, 그 변화를 뒤쫓지 않고,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꺼져도 역시 함께 떨어지지 않는다. 진리를 잘 깨닫고 있어서 사물과 함께 변하는 일이 없으며, 사물의 변화를 운명으로 알고 그대로 지키면서도 道의 근본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상계가 되물었다.

 “무슨 뜻의 말씀인지요?”

 공자가 다시 말했다.

 “다르다는 입장에서 보면 같은 몸 안에 있는 간과 쓸개도 멀리 떨어져 있는 楚나라나 越나라와 같고, 같다는 입장에서 보면 만물은 모두 하나이다. 무릇 이와 같은 자는 귀와 눈이 좋아하는 것 따위를 알지 못하며, 마음을 德이 조화를 이룬 경지에서 노닐게 함으로써 만물에 대해 그 한가지만을 보고 외형상의 변화는 보지 않는다. 자기 발을 잃은 것을 마치 몸에 묻은 흙을 떨어버리는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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