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2. 00:05ㆍ단상
- 말은 실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열정이라는 말이 곧 참된 열정은 아니다. 아무런 의지나 지향점, 목적이 없는 열정을 느끼고 사로잡힌다면 그것은 바로 욕망일 뿐이다. 자기 내면의 욕망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 욕망을 억압하거나 왜곡하는 것, 그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의지, 그 욕망을 어떻게든 해소하려는 노력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판단과 선택이 기실 우리의 열정을 얼마나 피폐케 하고 고갈시키는지 알 수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대부분은 열정을 상실했다. 자기 삶에 대한 최소한의 열정까지도 잃어버렸다.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이 사회-이 사회는 바로 우리 자신의 확장체에 다름 아니다-가 바로 우리의 열정을 온갖 방식으로 억눌러 증발시켰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슴이 메말라 단 한 점의 열정도 남아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꿰어 맞추며 사는 것을 당연시하면서 그들의 일부가 되고 끝내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이게끔 하는 유일한 징표인 열정마저 잃어버리게 되었다.
- 열정에 이유가 없을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열정에 이유가 있으면 집착이 생기고 이 집착으로부터 새로운 슬픔이 시작된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에 얽매어 있다. 사람, 사상과 신념, 그 밖의 온갖 생각들에 집착한다. 이 같은 집착이 사라지거나 의미를 잃어버리면 이내 공허해진다. 그리고는 이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다른 무언가에 매달리고 이는 곧 다시 우리에게 열정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마음과 정신이야말로 스스로를 분명하게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자신의 열정에 어떤 이유도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모든 이유 있는 열정은 욕망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분명한 대상이 있는 열정은 그것으로 인한 모순과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경우 우리는 반드시 특정한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 혹은 그것을 더욱 지속시키기 위해서, 이미 가버린 무언가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런 노력을 유발하는 열정은 열정이 아니다. 순수한 열정은 어떤 목적도 수반하지 않으므로 어떤 결과도 낳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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