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 09:04ㆍ편지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그저 살아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살아낸다는 것이다. 살아지는 것과 살아내는 것은 많이 다르다.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체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삶의 요체는 생명이 생명을 먹는 행위, 곧 또 다른 스스로를 먹는 행위이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은 반드시 다른 생명을 먹는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생명을 죽여 그것을 먹이로 삼는 잔혹한 삶의 전제조건을 우리의 스스로와 화해시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관장할 수 없게 되고, 우리의 삶은 그저 피상적으로 살아지는 극히 단순한 삶의 양태로 남고 말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상징하는 가장 원초적인 이미지로 달과 뱀을 들 수 있다. 달이 다시 차오르기 위해 그 그늘을 벗듯, 뱀은 거듭나기 위해 그 허물을 벗는다. 이 둘은 서로 대응하는 상징이지만 어떤 때 뱀은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동그라미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의 이미지다. 우리의 삶도 달처럼, 또는 꼬리를 문 뱀처럼, 한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 넘겨져 거듭난다. 달과 뱀은 끊임없이 죽고,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영원한 에너지와 의식을 상징한다. 끊임없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생명을 접하면 우리는 섬뜩한 두려움과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먹는 행위는 삶의 아주 원초적인 기능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삶이란 다른 생명을 죽여 먹음으로서 자신도 달처럼 거듭나면서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먹는 원형질적이고 원초적인 삶의 모습은 기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대한 표식에 다름 아니다.
세일아! 네게 주어진 상황과 현실이 정말 엄혹하고 힘들어서 너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하더라도 언제나 네가 살아있음을 감사하면서 그 삶을 진중하게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네 삶의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네 삶은 너만이 관장할 수 있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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