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 09:13ㆍ편지
달은 곧잘 우리의 삶은 물론 죽음과 부활을 의미한다. 낡고 해묵은 과거의 죽음과 미래를 향한 부활, 새로운 영혼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존재의 바탕이 되는 신비는 대개 여성적이다. 남자들은 그 여성성인 존재의 신비로부터 남성적인 힘을 부여받는데, 존재의 신비는 그 힘을 부여할 수도 거두어갈 수도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가운데서 으뜸가는 존재를 인도인들은 '브라만'이라 칭하는데 이 '브라만'의 성性은 중성中性이다. 여자는 인도어로 '마야-샤크라-데비'라고 하며 이 말은'생명을 주신 여신女神이자 형상을 주신 어머니'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성은 생명에 형상을 부여하는 존재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 있는 존재는 성性의 너머, 남성과 여성이 분화되지 않은 곳에서 비롯되었다. 그곳은 존재와 비존재를 초월한 곳으로, 즉 존재하는 곳인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우리의 생각이나 마음의 범주를 훨씬 초월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모태 안에서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야 성性이 결정된다. 어떤 시점까지는 남녀男女 양성을 공유하고 있었던 때문인지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며 압박하기도 한다. 그렇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끊임없이 변모한다. 변모의 정도는 양육과 창조와 화합 같은 여성성이 어느 정도 개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서로 겨루고 다투는 남성성은 우리를 영적으로 변모시킬 수 없다. 남성성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성격과 특징, 질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을 부여한다면 아버지는 사회적 성격을 부여한다. 말하자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 말할 때의 우리는 이미 스스로에게 남성성을 이입시키고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조직은 갈수록 거대규모화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에게 더 많은 남성적 기능을 요구한다. 우리 앞에 도래할 세상이 어떤 모습, 어떤 내용일지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다. 우리가 속해서 살아가는 이 사회가 어떤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기대는, 우리의 정신이 완전히 변하거나, 이 사회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수용할 때만 이루어진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떤 사회의 어떤 무리와 동일시 할 것인가?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이미 아는 특정한 무리하고만 살아갈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우리 안에 있고 밖에도 있다. 우리의 몸은 또한 다른 이들의 몸이기도 하다. 자연과 우리가 서로 다른 별개가 아니라 본시 하나라는 인식이 가능할 때 비로소 자연과 일체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자연도 우리를 변하게 할 수 없다. 우리와 자연과 이 광막한 우주가 하나라는 느낌을 인정하고 경험할 때 우리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세일아!
매일 아침 엄마의 잠을 살펴 보거라. 간밤의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무슨 사나운 꿈이 가위 누르지는 않는지, 행여 새벽 단잠일랑 건드리지 말고 조심조심 돌아 보거라.
엄마의 잠은, 엄마의 하루는 얼마나 까실거릴까? 그래서 더욱 메마르고 피곤할 게다. 세일이 네가 생각하고 보살피지 않으면, 덜어내지 않으면, 엄마의 고달픈 하루는 날마다 자라고 커져서 메마름은 물론 그 무게까지 더해 끝내는 아무도 감당하지 못할 서글픔이나 업이 되고 말게다.
세일이 너 때문에 엄마가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웃었으면 정말 좋겠구나! 그러면 아빠도 정말 좋겠구나! 모두 제발 건강해야 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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