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47

2012. 8. 8. 01:52편지

 세일아! 남자와 여자는 동종이성적同種異性的인 존재다. 인간이라는 종種은 같지만 성性은 달리하는 서로 다른 개체라는 뜻이다. 같은 종種이면서도 성性이 다른 까닭에 여러 가지 면이 서로 상이하다. 그래서일까?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 그리하여 결혼까지도 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다.

 

 세일아! 결혼과 사랑 놀음은 전혀 다르다. 결혼은 너와 상대, 그 상대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엄연한 약속이다. 너의 결혼 상대는 그녀가 누구이든, 그야말로 네가 잃어버린 너의 반쪽이다. 각기 다른 두개의 반쪽이 서로 모여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결혼이다. 그러나 사랑 놀음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쾌락을 겨냥한 관계다. 따라서 쾌락이 끝나면 사랑 놀음도 끝난다. 그러나 결혼은 영속적이다. 평생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일생에 걸친 약속인 까닭에 우리 삶의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만일 결혼을 한 뒤에도 다른 일이 일상의 가장 큰 관심사라면 그는 결혼을 한 사람이 아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느 경우에도 서로에게 성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시련이나 고난이 닥쳐도 진심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바로 성실함이다. 결혼은 우리를 자신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것에 귀속시킨다. 이때의 귀속은 속박이 아니다. 참된 결혼이나 참된 연애는 바로 이 같은 관계 안에 있다. 결혼은 마치 국경일마다 보게 되는 태극기의 '태극'과 같다. 여기에는 '내'가 있고, 또한 여기에는 '그'가 있고 그래서 여기에는 '우리'가 있는 것이다. 청은 '그', 홍은 '나', 원은 '우리'다. 내가 아내에게 헌신한다면 그것은 '아내'라는 여성에게 헌신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아내'가 마침내 완성한 모든 관계에 헌신하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의 인생은 궁극적으로 이 같은 관계 안에 자리매김 된다. 그 관계가 바로 결혼이다. 여기서 결혼과 연애의 차이가 발생한다. 결혼은 우리가 언제나 그 안에 있는 영속적 관계지만, 연애는 두 사람의 동의 아래 한동안 바람직하게 지속되는 두 사람만의 만남이다. 결혼이란 결국 우리의 동일성, 즉 한 사물에 두 측면이 있음을 상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제도이며 장치다. 사물의 근본이나 본질은 직관으로 접해야 한다. 그러나 현상은 직관을 방해한다. 그래서 사랑은 직관이다. 그러므로 사랑에는 면역성이 없다.

 

 세일아! 지금 바로 네게 밝고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네가 일생동안 몸담아 머물 수 있는 사랑이…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