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63

2012. 8. 28. 00:55편지

 세일아! 어제만 해도 봄빛이 성큼 다가와서 사람 마음을 들쑤시더니 오늘은 또 비가 내리고 게다가 날씨까지 추워진다는구나. 그래서 그런지 매운 새벽바람이 옷깃을 헤집고 살갗을 후빈다. 날씨만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람 마음도 그 못지않게 간사해서 날이 추워진다니 모든 것이 을씨년스럽다. 그사이 어느새 따스한 봄 날씨에 몸이 익숙해졌나보다.

 

 봄은 사람을 여러 가지로 심난하게 한다. 심난한 것이 어찌 우리들 마음뿐이겠느냐. 사람살이가 본시 다 그런 것을… 이리 투정을 부리면서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즐거움을 원한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탐욕이 아니라 절제된 욕구, 탐닉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가운데 얻는 즐거움이어야 한다. 탐욕과 탐닉은 어떻게 해도 채울 수 없는 욕망과 갈증의 늪이기 때문이다.

모든 고통의 근원은 바로 제 욕망에 대한 집착이며,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데 대한 아쉬움이며 갈증이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다.

 

 아무리 풍요로워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히 만족할 수 없다. 그 욕망의 끝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네게 필요한 것과 네가 원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버려야 한다. 조금 부족해도 만족할 줄 아는 지혜야 말로 네게 더 큰 즐거움과 자유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움이야말로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근원을 찾아내고 그것을 치유할 유일한 방편이다.

 

 진정한 자유自由란 시대時代와 역사歷史를 관통해서 흐르는 치열한 정신精神이다.

 

 이 모든 말들이 기실은 아들 네게 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골수에 각인하려는 비명일지 모른다. 모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접어 날리면서 아빠는 이 지루하고 추운 새벽을 또 다시 깨어 맞는다. 입술을 짓깨물면서 어찌 어찌 참아낸다. 그래도 이 아침이 엄마와 네게는 더욱 포근하기를 빈다.

 

 수락산 밑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