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편지 -67

2012. 9. 1. 10:27편지

 세상을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현상이나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해서 수용하는가에 따라 그 현상과 사실의 의미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세일아!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너 자신에 의해서 결정된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사유의 결과일 뿐이다. 지금 네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진실 된 것이 아니라 네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믿고 인정하도록 만든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흔히 말을 통해서만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자신이 인정하고 이해한 말의 내용을 왜곡하거나 호도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태도다. 말은 너와 다른 사람이 서로의 바램과 생각을 교환하는 유일한 통로이며 매개체다. 우리는 말을 통해서 상대의 영혼을 접하고 해석한다. 말이 없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도 형성할 수 없다. 서로를 알 수도 없다. 어떤 긴밀한 관계도 말을 하지 않으면 단절될 수밖에 없다.

 

 사회나 국가도 개인 간의 소통에 의해서 성립한다. 말과 의사의 소통이야말로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수단이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집단과 개인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의 생각과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작은 오해와 왜곡을 눈감아주고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남을 섣불리 예단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말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성찰한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의해 이 세상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그것을 받아들인다.

 

 세일아, 봄비 내리는 주말이었다. 하우스 안의 국화모를 꺾어 삽목하며 여름을 맞고 가을을 내다본다.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세월도 가는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너 오늘도 엄마의 웃음을 보았겠지? 건강해라. 창 밖에 핀 봄꽃도 한 번쯤 굽어보렴.

 

수락산 밑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