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70

2012. 9. 5. 08:23편지

 세일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제까지 몰랐던 것, 접하지 못했던 생소하고 새로운 것들과의 조우가 아닌지 모르겠다. 자신에 관한 것이든 타인의 문제이든 말이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매우 이기적이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 해도 그가 곤경에 처하면 그 상황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왜 저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을까? 나라면 저런 경우 어떻게 대처할까? 내게는 제발 저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 따위의 걱정을 할 뿐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본질과 속성이 그렇다. 그러므로 너는 남의 협조와 도움을 전제로 무슨 일을 이루려 하지 마라. 네 자신의 역량과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남의 도움은 뜻밖의 행운쯤으로 치부해야 한다. 그리하면 앞으로 네가 살아내야 할 삶의 노정에서 크게 낭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남에게 충고하는 일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렇다. 충고의 형식을 빌은 조언이나 제안은 그 말에 어떤 책임도 따르지 않을 뿐 아니라 만일 실패할 경우에도 잘못을 추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남에게 충고하는 일을 꺼리겠는가? 그러므로 세일아! 너는 아무리 그럴듯한 충고라 할지라도 말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짚어보도록 해라. 그리하면 사람들이 너의 진중함과 사람됨을 눈여겨보고 될 수 있는 대로 너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 할 게다.

 

 우리는 흔히 사물 그 자체나 본질보다 그것으로 정의되는 특정한 의미를 인식하고 소중하게 간직한다. 그리고는 곧잘 진실과 진정성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할 것은 근거 없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아집과 독선이다. 이것들은 자기 자신을 망치는데 그치지 않고 선량한 이웃과 지친들까지 해친다. 쓸데없는 자존심이야말로 자신과 남을 모두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자신의 이기심과 어두운 심리를 접했다 해서 자신을 너무 나무라거나 미워하지 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사랑하는 방법과 마음가짐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사랑한다.

 

 오늘도 어머니가 웃었기를 바란다. 건강해라! 봄도 즐기고.

 

수락산 밑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