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71

2012. 9. 7. 11:44편지

 

 세일아!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마음에 드는 사람,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 그러나 세일아 누구를 대하든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 있다. 네가 남에게 호의를 베풀 때는 결코 어떤 대가나 보상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네 진정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이라 해도 대가나 보상을 기대하는 호의는 이미 호의가 아니다. 상대도 그런 너의 마음을 이내 알게 되고 그 때부터는 불신과 의혹의 눈길로 너를 바라볼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너 자신을 되돌아 보거라. 혹시라도 상대로부터 무엇인가 되돌려 받기를 기대하면서 호의를 베풀거나 입에 발린 칭찬을 하지 않았는지…

 

 네가 아직 필요한 존재일 때,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안에는 어느 누구도 절대로 너를 배신하거나 버리지 않는다. 동료나 상사, 네가 속한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언제나 남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매우 이기적이어서 자신의 이익과 그 이익을 극대화 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고, 자신이 지닌 능력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사용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내보이는 친절함, 너그러움, 자상한 마음까지도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기 쉽다. 그렇다고 그들의 이기심을 탓할 일이 아니다. 자신과 동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향은 자연의 법칙이다. 어떤 생명체든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지향한다. 자연의 선택은 생명 있는 모든 것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작용하고 지향한다. 그것이 바로 자연 상태에서 생명이 존재하는 양식이며 이유이다. 그러므로 생존을 위한 양식과 방어기제를 비난할 권리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세일아! 그렇다고 해서 너를 의도적으로 억압하고 핍박하는 것들을 절대 방관해서는 안 된다. 사전에 방비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다시는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툼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일단 시작된 다툼에서는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관용은 승자의 미덕일 뿐 패자에겐 굴종과 치욕이다. 남에게 보이는 호의는 단순하고 순수할수록 좋다.

 

 그 어떤 다툼도 성급하게 시작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다툼을 두려워해서는 더욱 안 된다.

 

 산꽃들이 흐드러지는 구나. 어머니의 마음을 살펴보렴.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또 기쁨대로 이렇게 봄날처럼 풀리면 정말 좋겠다. 건강해라.

 

수락산 밑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