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7. 03:20ㆍ논설
3.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1) 새로운 갈등구조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양상의 갈등과 분쟁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껏 겪어온 갈등의 대부분이 계층 간의 대립과 마찰로부터 기인하는 까닭에 비교적 그 주체가 뚜렷하고 이해가 상충하는 대척점도 분명해서 문제가 되는 갈등과 분쟁의 원인을 해소하고 그로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일도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는 갈등과 분규는 그 원인과 양태가 제각각이며, 이해 당사자도 여럿이어서 실체적 진실에 접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특정한 이해집단의 주장이나 논리에 경도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말 또한 결국은 개별적인 이해를 우선하고 강변하는 까닭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든 내용이 형식을 잃어버리면 그 형상이 거칠어지고 형식이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런 점에 유의하면서 사안 별로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을 선택해야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적 사안의 대부분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이 점유한 재화의 불균형으로부터 기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재화의 생산과 소비는 사람들 개개인의 삶의 양태를 기준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곧 사회 구성원의 필요에 의해서 결정되기 보다는 자본축적과 이익증대의 필요와 논리에 의해서 결정되어 왔고,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우리 사회에 부의 편중과 양극화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심화 고착되기 시작했다. 2011년 대한민국의 국민총생산은 1,237조원에 달했으나 국내 30대 기업집단의 매출 총액이 그를 이미 상회했고 10대그룹의 매출액은 우리 GDP의 68%가 넘는다. 지난 10 여 년 간에 걸쳐 대기업과 재벌의 이러한 놀라운 성장과 약진이 가능했던 것은 경제성장의 만병통치약으로 맹신되어온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생산성제고와 이윤의 극대화라는 미명하에 지속적으로 진행된 노동유연성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과 공정 자동화, 사내하청이라는 기형적 형태로 자행된 아웃소싱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러한 기업의 변화는 같은 일터에서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은 정규직 근로자의 30%에 미달하는 700만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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