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 婦
2013. 2. 4. 15:09ㆍ시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
다른 성품으로 만났으면서도
용케도 여직껏 살아내는구나.
온갖 구설 시비 귓등으로 넘기며
눈 비 바람 치는 고샅을 돌아
지금 예까지 왔구려.
기쁜 일은 더 기쁜 마음으로
슬픈 일은 더 슬픈 가슴으로
두 눈 마주한 채
힘 부치면 서로 끌고 밀며
살아낸 세월
아이는 어느새
저대로 훌쩍 자라
제 꿈 제 마음 내키는 먼 곳까지
달아나 버렸지만
돌아보면 궁색한 살림살이
낡은 세간들만
빈 집을 지키지만
그래도 여보
우리에겐 아직
남은 것이 있지.
함께 지지고 볶으며
살아낸 그 많은 시간들이
켜켜로 쌓여
지우고 또 지워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
당신과 나 둘만의
오롯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그 이야기를 되새길 것이라는
헛되고도 허망한 꿈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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