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 雪

2016. 2. 15. 13:45

 

  晩   雪

 

눈이 날린다.

세상의 모든 어지러움

가난과 외로움까지 보듬어 안고서

눈은 흩날린다.

 

지난겨울 내내 쏟은 눈으로도 모자라

코끝에 아른대는 봄기운 비집고서

휘날리는 눈

다시 덮을 무엇 더 싸안을 것들이 남아

눈은 저리도 내려서 쌓이고

또 쌓여서 흐느끼는가?

 

더없이 사납고 무서운 눈발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어 밀

붉고 하얀 꽃숭어리

매화나 동백 그밖에 숱한 꽃들을

위해

이토록 늦은 겨울 끄트머리

꽁꽁 언 땅을 습한 가슴으로 덮는가?

 

破精을 기다리는

세상 모든 들꽃들의 여린 꿈까지

품어야만 성이 찬다는 것인가

 

깊고 어두운 응달에

氷晶보다 맑고 시린

殘雪로 남아

지난겨울을 살아남은

가엾고 질긴 목숨들의 이야기를

그예 한 올씩 풀어놓을 셈인 게지

 

더 엄혹한 겨울을 마련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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