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52
2015. 4. 17. 14:52ㆍ단상
누군가의 보호와 감독 아래 의존적인 상태로 보낸 유년의 기억 속에는 언제나 영웅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년 시절의 영웅 또한 그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성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기를 보존할 수 있는 존재로 변모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모를 통해 우리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이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이 같은 힘,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앞날을 개척하는 힘을 지닌 자야 말로 가장 현대적인 영웅의 풍모를 지녔다 할 수 있다. 고대의 영웅은 항시 무엇인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 희생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는 차치하고,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 영웅은 감동을 유발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희생은 반드시 남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대의 영웅은 남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구원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운명의 결정력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나와 남이 공유하는 열망과 생각을 현실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보다 더 깊은 세계, 더 높은 세계로 옮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의 덕목이고 풍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