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87
2015. 6. 19. 12:09ㆍ단상
개성적이고 개인적인 사랑의 경험, 제가 속한 전통과 상반되는 전통의 수용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같은 경험이며, 서구 문명을 위대하게 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남으로부터 이어받지 않은 자기만의 체험, 그 체험에서 우러나온 신념은 그만큼 확연하고 굴강하다. 이런 경험과 신념은 모든 획일적인 가치와 체계를 무너뜨린다.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가치와 체계의 붕괴로부터 새로운 사고와 인식의 전환이 시작된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새로운 삶의 충동이다. 가슴을 열어 남에게 관심을 갖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하여 사랑은 죽음보다, 고통보다,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귀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어떤 도그마도, 제가 속한 사회의 어떤 당대적 개념도 거부하고 오로지 자기 경험으로부터만 길을 찾으려 한다. 이 같은 ‘아모르적 사랑’을 인정하고 수용한 서구의 문명은 당연히 개인을 살아있는 실체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서구 문명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로 그들을 넘어서거나 극복할 수 없다. 사랑은, 사랑에 대한 경험은 바로 우리 자신과 우리의 삶을 정제해서 더 존귀한 것으로 승화시키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