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6. 00:51ㆍ단상
끊임없는 사유와 명상의 결과로 우리가 이룩한 모든 것, 그리하여 우리의 존재여부와 관계없이 상존하면서 우리를 언제나 우리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분명히 있다.
중국 문명은 몇 천 년 전의 기록이 바로 며칠 전에 쓴 편지처럼 읽혀지고 있는 유일한 문명이다.
현대의 중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문명 건설을 위한 여러 시도마저도 또 다른 형태의 지배를 위한 흡수 합병의 논리일 수 있다. 중화주의와 문화주의는 전혀 다르다. 현대 중국의 중화주의는 패권주의와 다를 바 없다. 중화주의는 다른 문화, 다른 가치,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패권 지향적이며 강력한 도그마다. 공존이란 자기와 다른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는 대상간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할 때에만 성립이 가능한 논리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삶의 가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공생하는 방식과 구도를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세계화이고 선진화이며 전 지구적 삶의 방식이며 인식체계이다.
현대화란 아날로그적 농본문화로부터 디지털적 유목문화로 전이하는 것을 뜻한다. 유목문화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필요 없다. 동일한 공간에서 반복적인 경험을 연이어 쌓아가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초원처럼 새로움만이 유일한 가치다. 당연히 과거의 경험은 주변화 되고, 새로운 권위문화가 사회의 주류 현상으로 자리 잡는 것이 유목문화의 특징이며 또한 현대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는 어느 시대에나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모색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존재는 오래되고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노인들의 지혜와 희생이 우리 역사의 곳곳에 깃들어 있다. 할머니는 자기 자녀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가 낳은 자녀를 돌보는 한편, 양육에 필요한 여러 지식을 전수하는 일로 가족의 존속과 번창을 유지한다. 연장자의 경험은 인류 번영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나이든 앞 세대의 경험과 역할이 인류의 번영을 이루었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무엇이 변화할 때는 사회도 변한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온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사대주의다. 그곳으로부터는 변화를 초래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어떤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다.
‘아름다움’이란 ‘알만하다’는 뜻이다. 오래되고 익숙해서 아주 잘 아는 것이 아름답다는 의미다. 그러나 요즘에는 새로운 것, 잘 모르는 것이 아름다움으로 간주되고 있다. 새롭지 않은 것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대인의 미의식이다. 이 같은 아름다움에 헌신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오늘날의 상품미학에서는 상품이란 팔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 광고의 카피가 약속하고 전달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와 유용성은 소비과정에 이르러서야 그 허구성이 드러난다. 그러나 상품의 실상과 허구가 밝혀질 즈음에는 다시 상품의 디자인이 바뀐다. 결국 소비자는 상품의 질이 아니라 그 변화에 탐닉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아름다움이 미美의 본령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미의 본질이 되는 잘못된 지식과 의식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주류 문화가 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주변부의 종속문화가 갖는 특징이기도 하다.
<잠 못드는 밤>
오랫동안
꿈꾸지 못했다.
꿈꾸는 대신
잠드는 대신
옛얘기 하며
비겁하게비겁하게
눈 감고
밤을 지샜다.
바람 이는 골짝에서
세상의 모든 어둠이 비롯하는 걸
냉한 房
습한 잠 다지다 알았다.
되짚을 무엇
돌아볼 무엇들이 남아
어둠은 우리 곤한 잠
한 줌 꿈 이리도
몰아대는가
이제 밤은 오지 않을 것이다
잃은 잠 되찾지 못하듯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깨인 가슴마다 지필
불씨 마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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