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1. 11:28ㆍ단상
- 무엇이든 지나치거나 넘치면 조화와 균형을 깨트려 일상의 변화를 초래한다. 급격한 변화는 이제까지의 모든 규범과 가치를 바꾸는 까닭에 새로운 제도가 확립될 때까지 극심한 혼돈과 무질서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모든 변혁은 서로 다르지만 한 가지는 같다. 모자라기보다 늘 넘치고 지나치며 빠르다는 점, 그리하여 모자람의 미학과 여유를 부정한다는 것이 같다.
- 남의 말을 진중하게 듣는 일은 쉽게 갖출 수 없는 덕목이다. 무엇을 진지하게 듣는다는 것은 어떤 선입견이나 관점도 배제한 채 다양한 존재의 다양한 의미를 수용할 태세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남의 말을 정확하게 듣기 위해서는 우선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자신은 물론 상대로부터도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깨어있으되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 마음일 때, 상대가 하고 있는 말 너머의 것까지 들을 수 있다. 말은 본시 그 다의성多意性이 특징이다. 직접적인 의미 너머에 또 다른 뜻이 있다. 어느 것이 진정한 의미인가는 소통과정에서 어떻게 전달되고 이해되는 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 경우 화자話者는 말을 함으로써 자신이 할 바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이해와 선택, 결단은 듣는 자의 몫이다. 이는 우리가 결과를 중시하고 목적을 우선하는 까닭이다. 상대를 이기는 데만 열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을 진정으로 이기기 위해서는 남의 말을 잘 듣고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 너머에 숨어있는 뜻까지 모두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때 비로소 너는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인정받게 될 것이다.
- 자연이 전하는 소리를 들으려면 먼저 마음을 가라앉혀 고요하게 해야 한다. 특별한 상태가 아니라 그저 고요하게 마음자리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머릿속이 온갖 번잡한 생각들로 마음이 헝클어지면 어떤 아름답고 맑은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세상의 어느 것도 그 속성과 본질을 접해서 제대로 알고 싶다면 우선 있는 그대로 보고 들어야 한다. 아무런 의도나 생각 없이 보고 들어야만 상대와의 긴밀한 만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만남에서는 어떤 의례적인 절차나 과정 없이도 그 모두를 알고 느껴 제 안에 담게 되므로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 내게 소중한 것은 남에게도 더없이 귀하듯이….
- 무엇을 알기 위해 애쓰고 열심히 노력한다 해서 더 수월하게 잘 알아지지 않는다. 그 같은 노력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해서 참됨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할 때는 그 자체로서 완전히 자유로운 행위가 되어야 한다.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갈등과 모순, 특정한 사고의 틀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선택한 결과로서의 행위만이 자신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 되려하고, 어떤 상태에 도달하기를 바라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도 소유하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욕망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얽어매 구속하고 불필요한 고통과 번민에 시달리게 한다. 이런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단순해져야 한다. 어떤 것도 되려하지 말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한다.
<土 種>
어딜 봐도 잘 늙은
옛집
이끼 앉은 돌각담 옆
어디에나 늘 있지만
쉬 번성하지 않고
조신해서 화사하지도 않지만
곁에 없으면 눈에 밟혀
궁금하고 허전한 것
빛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닿음
없어도
눈귀코혀몸 아니어도
그냥 아는
익숙하고 낯익은 것들
느낌과 지어냄과
또 다른 앎 없으니
세상도 없고 생각도 끊어져
눈길 닿지 않고
의식도 다하지 않으니
無明도 없고
無明이 다함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뿌리와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 또한
없어라.
베풂과 求함
어느 하나
얻을 것 없는 까닭에
마음에 걸림도 없고
아무 걸림 없으므로
모든 두려움까지 다해
있는 듯 없으나
언제나 함께 하며
주변을 떠도는
소박하고 정갈하며
오래 삭아 자연스런
우리 몸 마음 같은
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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