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生의 길목에서 - 배움과 탐구

2010. 1. 14. 09:13단상

 

-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은밀하고 조용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남에게 물으면 물론 네가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너는 그가 베푼 호의로 인해 일정부분 그의 이익을 배려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누군가 너의 의견에 따라 너 대신 일을 한다고 하자. 그러나 그 일은 그가 하는 일이지 네가 하는 일이 아니다. 남의 조언과 협력을 구하되 중요한 상황을 장악하고 결정적인 행동은 네가 직접 해야 한다. 그래야만 네가 그 일을 주도할 수 있다. 항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만이 새로운 시대정신과 걸 맞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 무엇을 배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로 인해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없는 때문이다. 무언가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배우려면 모든 선입견과 지식으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배우는 일에만 열중해야 한다. 만일 배우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배운다면 그것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다. 배움은 장편소설을 읽는 것과 같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인간관계, 숱한 모순과 갈등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이 진실로 배우고자 하는 것이라면 무엇보다도 그 구조, 그 결, 그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아무리 하찮은 것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활기,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살아있음은 소중하고 고귀하다. 진실로 무엇을 배우고자 한다면 자신이 지닌 모든 힘과 열정을 다해 그것을 바라보고 원하며 다가서야 한다.

 

-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으면 반드시 혼자 시작해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외롭고 힘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 이제까지 자기를 지탱해온 지식이나 경험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없다. 선험적인 지식과 경험은 낡고 불필요한 자기투사의 부산물로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자신의 열망을 희석할 뿐이다. 자기 스스로 새로움을 찾아나서는 길에 과거의 짐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그것이 아무리 뛰어나고 위대한 것이라 해도 모두 버려야 한다. 기존의 지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는 새로움을 열망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정해진 가장 가깝고 빠른 길은 어디에도 없다. 지식은 새로운 것과 함께 공존하기를 거부한다. 시공時空을 초월한 참된 앎을 추구하는 일도 방해한다. 그러므로 모든 선험적 지식과 경험을 버려야 한다.

 

- 우리가 배움이라고 얘기할 때 그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바로 학습과 습득을 통해서 얻는 것과 전통, 규범, 인습과 같이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이 둘의 경계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학습과 경험을 통해 얻은 배움을 바탕삼아 우리는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면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쉽게 믿어버린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참된 배움일까? 배움이란 본시 모르는 것, 전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단순히 무언가를 더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배움이 되지는 않는다. 잊지 말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경이, 그치지 않는 열망이 없다면 그것은 배움이 아니다.

 

- 무엇을 탐구하고 배우는 것은 우리의 정신이 지니고 있는 가장 뛰어난 점이다. 배움은 그저 모르는 것을 깨우치고 지식을 축적하는 일이 아니다. 사실과 이성을 통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무엇이든 결론부터 얻으려한다면 배우는 일은 불가능하다. 배움이란 그냥 지식이나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움은 앎 그 자체를 위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다. 그러므로 참된 배움은 모든 외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선택과 열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적절한 상대와의 비교 또는 경쟁이 배움을 촉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비교와 경쟁은 질시를 불러올 뿐 오히려 배움을 방해한다.

 

      <降 雪>

 

눈이 내린다.

내려서 쌓인다.

 

칼날인양 서슬 퍼렇게

온 하늘 가득 소스라치며

베어 내린다.

 

더는 두고 못 볼 무엇 있어

무수한 하늘 바다 산을

눈은 저렇게 날아 내리는가

내려서 쌓이는가

 

떼 지어 몰아드는 눈발에

묻어오는 것이

어찌 한 세상 헛된 뜬소문뿐이랴

유독 넉넉하고 푸진 눈 밑에서

따스한 봄기운이

물오른 씨앗들의

온갖 바램 꿈 들쑤시며

혹여 맑고 푸른 봄 문 열지 않겠느냐

 

봄이 가까운 만큼

겨울은 더욱 깊어진다.

저리 퍼붓는 눈발 사이로

언듯 선듯 비치는 얼굴을

너는 아느냐

보고 느끼는 마음이더냐

 

이제는 아무리 돌아보아도

끝내 알아 못 볼 당신

그래도 가슴 한 켠에서

시퍼렇게 타오를 魂불

 

긴긴 겨울밤

쌓인 눈 헤집으며 걷어차며

온 겨울을 돌아볼 당신

죽어도 못 잊을

그 얼굴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