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5. 06:45ㆍ소설
전쟁이 끝나자 사람들은 차츰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자신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생각했 다. 그리고 자신이 잃은 것을 되찾으려고 했다. 전쟁에 이긴 국민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무엇이든 보상받을 권리가 있었다. 이번에는 국가가 그들에게 봉사를 할 차례였다. 전쟁 동안 그들이 국가에 봉사했던 것처럼...
정부는 많은 것을약속했다. 공장에서도 더 많은 물건들을 생산했다. 시장기능도 강화되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활기를 띠었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너무 가난해졌던 것이다. 무엇이든 살 돈이 없었다. 상점의 진열장과 물품창고들은 미처 팔리지 않은 물건들로 넘쳐났다. 자금 압박으로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기업들이 맨 처음 취한 조치는 종업원의 임금을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임금의 저하는 더 큰 불황을 몰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선에서 돌아온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드디어 공황이 시작되었다. 거리는 실업자들에 의해 점령당했고 배고픔과 추위를 참다 못한 사람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의식이 차츰 성숙해갔다. 자신의 권리와 이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드디어 그들은 행동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파업이 행해졌다. ㅅ도 자신이 일하고 있던 밧줄공장에서 파업을 지도했다. 근로자들의 파업은 더 큰 경제의 파탄을 가져왔다. 그때까지 도산하지 않았던 공장들이 파업으로 문을 닫았다. 신문과 방송들이 강력하게 정부를 비난했다. 정부는 파업금지를 명령했다. 의회는 임금의 동결을 의결했고 근로자들의 단체행동을 법으로 금했다.
ㅇ씨는 딱딱한 나무침대에 엎드려서 계속 편지를 쓰고 있었다.
아빠는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단다. 아빠는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원했던 만큼 다른 가난한 사람들도 그들의 오빠 동생 엄마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 보고싶었단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었다. 그래서 아빠는 ㅅ아저씨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싸우기로 한 거란다. 우리를 못살게 구는 것들에 대항해서 말이다.
ㅅ과 헤어진 ㅇ씨는 몇 년 뒤 숙련 제화공이 되어 있었다. 카가 작고 근육이 단단한 ㅇ씨는 살아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청년이었다. 구두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한편 틈틈이 야채를 길러 자기보다 더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늙은 제화공의 딸 ㄹ과 결혼해 아들 ㄷ을 낳았다. ㅇ씨의 공장에서는 전쟁기간 동안 군화를 생산했다.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물건이 딸렸다. 임금도 높은 편이었다. 가난하기는 해도 단란한 생활이었다. 아내는 사랑스러웠고 아이는 귀여웠다. 이웃 사람들은 일요일이면 그들 부부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공원에서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ㅇ씨는 자기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불행한 이웃들에게 마음을 쓰며 사는 일은 힘이 들긴 했지만 대신 마음은 편했다. 그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도울 방법이 없는가 생각하던 중 아주 우연히 오래 전에 헤어졌던 ㅅ을 만났다.
밧줄공장에서의 파업으로 수배자가 된 ㅅ은 그때 생선 행상을 하며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ㅇ씨는 자기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ㅅ을 집으로 데려갔다 떠돌이 생활에 진력이 났던 ㅅ도 ㅇ씨의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일이 끝나는 대로 ㅇ씨는 집으로 돌아가 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ㅅ은 놀랍게 변해 있었다. ㅇ씨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ㅇ씨로서는 엄두도 못 낼 많은 새로운 생각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ㅇ씨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노동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며, 생존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은 누구나 보다 나은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런 권리가 무시되는 현실에 대해 근로자들보다 그들이 속한 사회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공황은 극에 달했다.
ㅇ씨가 다니던 공장도 문을 닫았다. ㅇ씨도 다른 가난한 이웃들과 꼭같이 가난해졌다. 오래지 않아 굶주림과 추위가 그들을 엄습했다. 언제나 연지볼이 붉던 아들 ㄷ의 얼굴도 해쓱하게 변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내는 둘째 아이를 배안에 품고 있었다. ㅇ씨는 눈이 벌게져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그를 기다리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ㅅ이 다시 생선 행상을 하며 그의 가계를 도왔다. ㅇ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달라고 거리마다 모여 외쳐댔다. 그리고 행동했다.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시위를 진압하려는 경찰과 그들은 줄기차게 싸웠다. 의회에서는 사회정화법을 제정했다. 경찰은 과격한 시위자를 영장 없이 장기간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체포되고 투옥되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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