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 09:23ㆍ단상
- 완전한 주의의 집중이 이루어지면 선善과 악惡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단지 깨어있는 상황만 있을 뿐이다. 그 상태에서는 사랑만 존재한다. 사랑 앞에서는 선도 악도 없다. 그저 사랑만 있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게 되면 좋음과 나쁨의 구분이 사라진다. 오직 사랑만이 충만할 뿐이다. 생각을 멈추면 행위도 멈춘다. 그러나 이때의 멈춤은 정체가 아니다. 완전한 주의 집중의 상태며 이것이 바로 선善함이다.
- 우리는 선善과 악惡이 기실 이원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로 인한 부작용과 슬픔 또한 분명히 안다. 그러나 그것을 만들어 낸 것 또한 바로 우리다. 우리는 아무리 작을망정 선善을 창조했듯이, 아무리 클망정 악惡도 만들었다. 그러므로 선과 악은 우리의 일부인 동시에 전혀 다른 별개의 것으로 존재한다. 탐욕과 증오, 시기심에 의해 편협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악을 키우는 일이면서 또한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선 악 간의 갈등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어느새 우리의 일부분이 되었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열망과 단념 같은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이 우리의 이원성을 북돋우고 확장해서 끝내 우리를 그 안에 가두었다. 이원성의 근원을 깨달을 때에만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선악을 초월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들까지도 용해해서 그것을 초월해야 한다. 서로 상반되는 각각의 것을 가능한 한 폭넓고 깊게 충분히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 보다 철저하게 생각하고 느끼다 보면 새로운 이해의 경지에 이른다.
- 지금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모든 시기에는 반드시 서로 다른 각각의 위기가 있었다. 위기는 언제나 다시 찾아오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고 또한 어김없이 사라진다. 우리가 지금 마주한 위기는 다른 어떤 것과도 관계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연계되어 일어나고 있는 까닭에 다른 시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위기는 그것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이례적이다. 그 이례적인 위기 앞에서 우리는 곧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킨다. 이는 아무리 나쁜 수단도 올바를 결과만 낳는다면 얼마든지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악은 그저 악일뿐이다. 전쟁이 평화의 수단이 될 수 없듯이 어떤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위기를 극복해서는 안 된다.
- 아무런 의도도 없는 선善은 절대 선善이 아니다. 모든 상반된 것들 속에는 상대를 부정하고 용납하지 않는 이기심의 싹이 자라고 있다. 탐욕에는 무욕無慾이라는 이상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무욕을 추구해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탐욕적이다. 탐욕은 갈망, 욕구, 획득을 뜻한다. 우리는 언제나 무욕의 상태에 이르기를 원하면서도 소유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갈망과 욕망의 뿌리를 뽑아버리지 못한다. 선에는 분명 아무런 의도도 없다. 모든 의도는 자기중심적인 마음의 움직임이다. 무후한 선은 완전한 몰입상태에서 무엇이 되거나 무엇을 꾀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을 때에만 가능하다.
- 우리는 자신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장과 변화를 통해 궁극적인 실체가 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부질없는 소망이나 갈망에 불과하다. 그 같은 믿음은 기실 우리의 기억, 소망, 좌절, 갈망, 고통, 슬픔, 덧없는 기쁨의 다발에 붙여진 단순한 이름이거나 형태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완벽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 너머에 초월적이고 고차원적이며 시간을 뛰어넘는 실체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같은 실체도 우리가 생각해낸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결국은 같은 시공時空 안에 머물고 있는 현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우리가 추론할 수 있는 장場 안에 있는 까닭이다.
<과 녁>
내 가슴에 죄 있어
활을 쏜다.
무엇이 죄이고
죄 아닌가.
화살은 소경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눈 귀 모두 막고
말 없는 이들
너 나 할 것 없이
활을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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