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편지

2010. 4. 22. 09:46

 

 

 

<아내의 편지>

 

 

아내가 운다.

 

체중이 줄어서 좋다는 내가 짠하고

아이와 둘이서만 앉는 식탁이 슬프고

窓 너머 비치는 하늘이 서러워

운다.

 

큰맘 먹고 장만한 속옷이

붉은색이라 퇴박맞아 속상하고

제 시름인 양 깊어가는 가을

지는 낙엽 위로 차를 몰며

다가서는 겨울이 추위가 걱정인 

아내

 

무채색의 도시

그 위에 드리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보기 싫어

어서 한 해가 그냥

휙ㅡ 하고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아내

 

그렇게 신음처럼 아픈 마음

가슴 저린 슬픔 남겨놓고

아내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일 년 이 년

더 숱한 날을 하루같이

같은 길 오가면서도

내내 씩씩했던 아내가

오늘은 몹시도 서러운가보다

 

날짐승처럼 흩어져 날아오르는

가랑잎 밟으며 헤치며

차를 몰아간 아내

접견서신으론 못다한 속내

한 올씩 풀어내며

 

아내는 오늘도 운다.

내 가슴 적시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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