降 雪
2010. 4. 15. 01:34ㆍ시
<降 雪>
눈이 내린다.
내려서 쌓인다.
칼날인 양 서슬 퍼렇게
온 하늘 가득 소스라치며
베어 내린다.
더는 두고 못 볼 무엇 있어
무수한 하늘 바다 산을
저렇게 날아 내리는가
내려서 쌓이는가
떼지어 몰아드는 눈발에
묻어 오는 것이
어찌 한 세상 헛된 뜬소문뿐이랴
유독 넉넉하고 푸진 눈 밑에서
따스한 봄기운이
물오른 씨앗들의
온갖 바램 꿈 들쑤시며
혹여 맑고 푸른 봄 문 열지 않겠느냐
봄이 가까운 만큼
겨울은 더욱 깊어진다.
저리 퍼붓는 눈발 사이로
언뜻 선뜻 비치는 얼굴을
너는 아느냐
보고 느끼는 마음이더냐
이제는 아무리 돌아보아도
끝내 알아 못 볼 당신
그래도 가슴 한 켠에서
시퍼렇게 타오를 魂불
긴긴 겨울밤
쌓인 눈 헤집으며 걷어차며
온 겨울을 돌아볼 당신
죽어도 못 잊을
그 얼굴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