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 家

2010. 6. 7. 15:12

 

     村    家

 

이 땅에서 가장 싼 집

그 집 가는 길은

멀기도 하다.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먼 집

건축대장엔 분명 있는데

실제로는 찾을 수가 없다.

 

집 없는 집이라야

비로소 집인가

제 땅에 제대로 지은

멀쩡한 집이 왜 그리 싼지

샀다가 버릴만큼 싸도 좋은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구불구불 이어가도

아주 멀지는 않은

고갯길 따라

전나무 현사시 굴참나무

가래나무며 독일 가문비나무까지

빠짐없이 들어찬 나무숲

당당하게 치솟은 금강송

붉은 그루터기에 기대서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

그냥 아름다워 숨 막히는

숲 지나

이내 빼꼼히 얼굴 내미는 함석지붕

억새풀 아욱한 마당 한 녁을

저 혼자 차지한 신발

 

주인 없이 버려진 저 흙집은

벌써 오래도록 적막한 이 산골을

홀로 지켜왔나 보다.

 

시끄럽고 번잡한 도시에서

집은 내게

반드시 가 닿고 싶었던 욕망의 끝이었다.

그러나 세속에서 가장 싸다는 저 흙집은

욕망이 아니라

눈시리게 푸른 풍경 속으로

스스로 녹아든 

고요한 靜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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