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시간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서 흐른다 - 6

2012. 11. 20. 08:31논설

 3) 변화와 혁신의 강

 

 인류는 유사 이래 보다 나은 삶, 보다 나은 사회, 보다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궁구하고 노력해왔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끝없는 모색이며 힘찬 발걸음이기도 했다. 누구는 그것이 진보를 향한 열망의 표출이라 했고 또 다른 누구는 비로소 문명에 이르는 도정이며 각성이라고 설파했다. 그랬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분류하는 변화와 혁신의 강을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건너왔다. 변화는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한다. 혁신은 더없는 불편함을 강요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현상에 안주하려 한다. 변화와 혁신은 낯설고 거칠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과의 결별을 감수해야만 겨우 그 일부라도 수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와 반동은 훨씬 더 인간적이다. 그리고 현실적이다. 대체로 현실주의란 살아가는 일의 소박한 진실을 뜻한다. 이는 곧 우리네 삶이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 영위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차피 저 혼자서 제멋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의 일반적인 양태라면, 사람은 모름지기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고 나아가 자연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과 같다. 그들은 동시에 실용주의자이기도 하다. 실용주의란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고 당대의 사회적 과제에 대한 새로운 대응방법을 신속하게 모색하는 행동양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결국 보수나 진보 모두 변화를 모색하고 희구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다만 상황과 조건에 걸 맞는 점진적 변화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일거에 뒤바꾸는 전면적인 변혁을 이룰 것인지 그 방법과 수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개혁을 추진할 것인지 혁명을 감행할 것인지의 차이다. 모든 개혁은 실패를 전제로 한다. 개혁이란 본시 소수가 다수를 변화시키려는 시도인 까닭에 언젠가는 그 동력을 모두 소진하게 되고, 그 순간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혁명은 힘없고 잔약한 다수의 민중이 물리적인 힘과 폭력까지 동원해서 기존의 가치와 억압구조를 철폐하고 그 사회가 원래 지니고 있던 잠재적인 역량을 일깨우는 일이다. 그러므로 혁명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어느 쪽이나 절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혁신은 그 방식과 상관없이, 과거나 현재, 미래를 불문하고 늘 현재진행형이다. 미래는 실상 오래된 과거다. 이는 사상의 시간적 존재형식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사상은 시간적 존재형식일 뿐만 아니라 공간적 존재형식이기도 하다. 현실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다. 과거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현실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거나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흘러가고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 같이 그 자리에서 함께 피고 지는 꽃일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 서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맞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나간 날이나 사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고 진정한 실천이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신은 이 모든 것들의 중심을 꿰뚫는 일관된 흐름이며 시대정신이다. 결국 변화와 혁신은 특정한 시대나 사회 구성원들의 바램과 요구를 일반화하고 사회화하는 과정이며 또한 구체적인 실천방법이다. 그에 관한 논의는 어느 개인의 몫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모두를 아우르는 모든 구성원들 공통의 책무이고 동시대인으로서의 소명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의 구축과 건설이 고대로부터 현대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열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