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聖의 끝, 人性의 시작 - 93

2013. 5. 28. 09:17논설

 

 

 3. 보은 報恩

 

  증산甑山은『천지보은天地報恩』이라는 천지공사의 일부 내용에 세속적 의의意義를 설정해 해원解寃과 함께 겉과 안의 관계를 맺어 협동도덕의 실천범주로 삼았는데 그 의의는 다음과 같다. 본래 가없는 공간은 헤아릴 수 없는 조건들을 품고 있으며, 유구한 시간은 무궁한 인연을 낳는다. 무궁한 인연은 날經이 되고 무량하게 품고 있는 조건들은 씨緯가 되어 우주라는 큰 천이 되며, 씨와 날이 만나 이루는 바다는 무수한 사물과 현상이다. 사물과 현상은 씨와 날의 만남을 통해 서로 간에 조건·인연의 관계를 맺어 연관체를 이루고 이 연관체 안의 무수한 마디중의 한 마디가 바로 "나"라는 존재다. 무수한 사물과 현상의 공간성은 나의 존립조건이며, 시간성은 내가 존립할 수 있는 인연으로 조건은 공간적 은혜이고, 인연은 시간적 은혜다. 그러므로 "나"는 수많은 은혜가 종횡으로 중첩되고 교착한 점點과 같은 존재다. 거듭된 쌓임과 교착은 정情으로 표현되고, 정情은 자비로움慈 즉 연민과 동정, 의무감으로 발전해 모든 덕德의 원천이 되므로 "나"의 존재 또한 도덕에서 비롯하고 도덕에서 끝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에서 시작하고 도덕에서 끝나는 "나"의 모든 행위 역시 도덕적 의의意義에 합당해야 하며, 도덕적 근원이 곧 은혜이므로 모든 행위의 도덕적 의의는 보은으로부터 시작된다 하겠다.

  이 우주宇宙는 "나"에게 생生을 부여해 존재하게끔 하고, 수명을 주어 일정한 시간을 관장하게 하고, 복록福祿을 주어 특별한 가치를 결정하였으므로 "나"의 존립은 천지天地의 보은報恩에 의해 비로소 확실하게 보장된 것이니, 이 보은의 의식 가운데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지위를 확보하고, 가치를 발현하는 것이 인생의 참된 의의意義를 찾는 것이며 천지보은의 의義를 잊어버린 존재와 지위, 가치는 곧 난폭亂暴함이며 무도無道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성실誠과 공경敬과 믿음信으로 천지보은의 대의大義를 세우는 것으로 인생의 참된 의의를 깨달아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증산甑山도『복록도 성실, 공경, 믿음이요. 수명도 성실, 공경, 믿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