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의 나라
2016. 12. 23. 00:05ㆍ시
언제부터인가 이 땅은
잔혹하고 흉폭한 것들이 날고 설쳐
더는 눈 뜨고 보며 살 수 없는
그런 나라가 되고 말았다.
몸을 쥐어짜내 일해도
하루 버틸 양식에 턱없이 모자란
그런 푼돈일망정 손에 쥐기 위해
온갖 수모와 구박, 멸시까지도 참아야하는
그들이 오히려 부럽기까지 한
이 땅의 청춘들은
밤낮 없이 일탈을 꿈꾼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 조선에서의 탈출을 꾀한다.
이 땅에 넘치는 재물과 권력과 무력
그 밖에 다른 모든 즐거움까지
빠짐없이 차지했으면서도
늘 저희끼리 무리지어 어울리고
여전히 속이 헛헛해
서로 도와 힘이 모이면
다른 이를 억누르고 내쫓거나
끌어내려 짓밟고 깔아뭉개는 일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그것들은 분명
사람 아닌 짐승들이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염치와 체면을 알고
간혹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가르침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고
아직도 여전히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나라가
이리도 그리운 것은
우리가 아직은 정말
짐승이 아닌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