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
2010. 4. 13. 01:36ㆍ시
<빛과 색>
아무도 모르게
불현듯
저리 선연히 돋아나는
자연스러운 것들을
무어라 부르리.
누구라도
세상 모든 것들
아무 스스럼 없이 자아내는
저것은 분명 나름껏 비치고
맺히다 흩어지기도 하는
빛깔이지
주변 어디에나 스며 있어
스스로 드러나거나
떨쳐나서게 채근하고 들쑤셔서
어느 누구라도 절대 못잊도록
어김없이 자리 매겨두는
색깔이 틀림없어
산도 들도
온통 눈시리게 불사르는 저것은
필시 제대로 삭힌
홍화꽃잎이 분명한데
노랄라치면 치자처럼 샛노랗던가
푸를려거든 쪽을 머금어
저만치 푸른 하늘이라도 보듬거나
산골짜기
비탈마다 흐드러지고 얼크러진
황백 괴화 쪽 홍화들
피고 지며
제 빛 제 색으로 저마다
때깔도 겨루긴 하데만
어디서 무얼 물들이는지
온산 가득
주물러 먹이고 헹구고 담근 후 다시
헹구기를 거듭하지만
어느 것은 짙고 또 연하고
얼룩까지 남지만
그런들 저것이
눈에 드는 세상 모든 것들의
그 빛과 색까지 담아내는 것일까?
이제껏 우리가 누구도 제 맘대로
물들이지 못했듯
저 빛 저 색
때깔 모두
본시 저대로 제자리에
그냥 있거늘
새삼 다시 무언 물들이겠다는 것인지
정녕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