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31

2012. 7. 20. 09:14편지

 흔히들 현대現代는 영웅을 용납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제 영웅은 소설이나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에는 반드시 영웅이 등장한다. 그들이 희화화된 존재이거나, 일그러진 초상이거나, 어쨌든 그들은 보통사람의 성취와 경험의 범주를 뛰어넘는 특별한 어떤 것을 찾았거나 이루어낸 사람이다. 그들은 항시 자기 삶을 자기보다 큰 것에 바친다. 그들은 흔히 남을 구하거나 보통 사람은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유용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은 예외 없이 특별한 위험에 노출되는 모험을 하게 되는데, 그 까닭은 무엇인가를 상실하거나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모자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보호와 감독 아래 의존적인 상태로 보낸 유년의 기억 속에는 언제나 영웅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년시절의 영웅 또한 그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성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기를 보존할 수 있는 존재로 변모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모를 통해 우리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이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이 같은 힘,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앞날을 개척하는 힘을 지닌 자야 말로 가장 현대적인 영웅의 풍모를 지녔다 할 수 있다. 고대의 영웅은 항시 무엇인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 희생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는 차치하고,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 영웅은 감동을 유발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희생은 반드시 남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대의 영웅은 남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구원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운명의 결정력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나와 남이 공유하는 열망과 생각을 현실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보다 더 깊은 세계, 더 높은 세계로 옮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의 덕목이고 풍모다.

 

 세일아! 기억해라. 불행한 이웃은 물론 자기 자신의 고통까지도 해소하는 것이 이 시대의 참된 선의善意라는 사실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