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2. 07:05ㆍ편지
세일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삶의 무게와 양감이 기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얼마나 힘들고 벅차며 변덕스럽고 잔혹한 것인지 깨닫기 위해서 다시 또 얼마나 많은 좌절과 실패를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삶의 실상을 알기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인생은 꿈이나 거품, 아니면 무지개와 같은 환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차츰 나이가 들고 우리가 알던 사람, 우리와 함께하던 사람들이 떠나가고, 우리가 살던 세계 또한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게 될 때 그때서야 우리는 비로소 삶의 덧없음을 알게 된다.
세일아! 네 나이 즈음의 젊은 시절엔 세계는 아직도 더 만나야 하는 것, 더 살아야 하는 것, 더 사랑해야 하는 것, 더 껴안거나 얼싸안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더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해야 할 대상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언제 어디에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세상이 무엇인지, 우리네 삶이 무엇인지 그 실상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자신을 지탱하고 지켜왔다. 이야기라는 서사적 구조는 우리의 정서와 외양을 다듬고, 우리의 삶에 활력과 목표를 부여하고 우리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구체적인 틀로 작용해왔다. 그래서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마다 어김없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깨닫고 정의할 수 있으며 온존하게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現代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으며, 이미 어떤 이야기도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다. 서사적 의미와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감각과 감성에 의해서만 기능하고 존재하는 세상은 당연히 욕망과 공포 같은, 통제가 불가능한 감정에 의해 지배당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세일아! 세상 어디엔가는 반드시 우리를 위무하고 이끌어 여전히 사람이게끔 하는 이야기들이 남아있단다. 어떤 욕망과 공포에도 휘둘리지 않고,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와 끈기를 나누어 주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이제껏 그런 이야기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것은 모두 네 게으름의 소치임이 분명하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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