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4. 06:31ㆍ편지
갓 태어나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아기들은 온몸으로 자신의 의도를 뿜어낸다. 아기들은 몸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그렇다. 우리네 삶도 그렇게 시작된다. 어린 아이의 삶은 눈부신 생명의 충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아기가 차츰 자라나면서 그 눈부신 생명의 충동은 점점 복잡하고 난해한 마음의 모양을 갖추어 가기 시작한다. 아기는 일정한 시기가 되면 내가 원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이것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자아自我다. 자아自我는 우리가 흔히 자기 사유의 중심中心과 동일시하는 의식意識의 한 측면이다. 그래서 자아自我야말로 우리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의 주된 요인인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위의 대부분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솟아오른 것들에 의해 좌우된다. 전혀 새로운 요구 체계가 자기의 의식 아래서 작동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대개 극심한 사고思考의 혼란으로 인해 아무것도 결정하거나 선택하지 못하는 일종의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엄격하고 권위주의적인 상황에서 자라난 사람일수록 그 공황의 정도가 심하다. 늘 명령과 지시를 받던 사람들도 그렇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달력을 보면서 휴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휴일이 되어야 비로소 저 자신에게로 돌아가 자신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 뜻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의 뜻을 강요받으며 살고 있고 이것이야말로 우리 삶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 할 수 있다.
세일아! 이런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자신이 속한 시대와 역사를 살아가는 가장 올바른 방법을 익히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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