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는 아빠의 작은 이야기 - 37

2012. 7. 26. 09:25편지

 서구인들은 언제 어떤 경우에도 '자기' 안에 잠재해 있는 삶의 과녁이나 이상을 살아내지 절대로 남의 안에 있는 가능성을 살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서구 문명의 본질이며 정신이다. 그들은 자신이 나름대로 독특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가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를 줄 수 있을 때도, 실제로 주어지는 것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개개인의 경험과 잠재력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 전통은 그렇지 않다. 이들이 속한 사회는 각 구성원이 부담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정확한 용어로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후세에 대한 교육도 그렇다. 모든 스승은 자기 제자가 배움의 길 어디쯤에 있는지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곳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까닭에 제자에게 알 맞는 자신의 구상을 전해준다. 따라서 스승과 제자는 비슷한 앎의 소유자가 된다. 그러나 서구인들의 교수 방법은 다르다. 그들은 제자들 나름대로 스스로 구상하게 하고 구상한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돕는다. 그러므로 그들이 지니게 되는 경험과 지식은 다른 사람은 체험하지 못하고, 체험될 수도 없는 독특하고 다양하며 창의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가장 극한 상황인 죽음에 직면해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죽음의 공포에 굴하지 않고 죽음을 삶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삶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순간 삶과 죽음에 대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우리의 삶은 다시 즐거워지고 무조건적인 긍정까지 체험하게 된다. 삶은 어차피 죽음으로, 죽음의 순간에 끝난다. 죽음에의 공포를 극복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험한 세상과 삶의 바다를, 그 격랑을 헤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때서야 비로소 세상의 모든 하늘을 날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일아! 너는 네 앞에 펼쳐진 세상의 바다와 하늘을 건너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느냐. 몹시 궁금하구나.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