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서 보내느 아빠의 작은 이야기 - 40

2012. 7. 29. 09:09편지

 우리는 살면서 흔히 운명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운명에 의해 미리 결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자기 삶의 어떤 한 측면에 대해서 만이라도 주관적으로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와 자신을 동화시키기가 까다로우면 까다로울수록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에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은 그만큼 더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우연인지 필연인지를 따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삶의 궁극적인 배경은 바로 우연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 우연의 결과로 탄생한 삶과 치열하게 대결해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그것을 탓하지 않고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찾으려 하는 모든 것은 기실 우리 안에 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열정적으로 그것을 하게 될 경우 반드시 그 일의 정점頂點에 도달하려고 하는데, 그 정점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정점頂點을 찾아내 자신의 의지로 장악해야 한다. 정점을 장악한 의지가 약해지면 긴장이 생기고, 긴장이 생기면 우리의 주의가 분산되고, 정점頂點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끝내는 마음의 평정마저 잃게 된다. 열반이란 자기 안의 정점이 자신의 의지에 확연히 장악되어 평화롭게 자리한 중심점이다. 인생은 슬픈 것이라는 자각, 불교는 바로 이 같은 자각으로부터 비롯한다. 이런 슬픔과 고통으로부터의 탈출구가 바로 열반이다. '열반'은 우리의 마음, 혹은 의식의 어떤 상태를 말한다. 천당이나 극락은 어떤 장소나 어느 '곳'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열반은 곧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세일아! 우리 앞에 어떤 위난이 닥쳐와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 마음의 중심과 평화를 잃지 않는 자세야 말로 해탈과 열반의 참된 경지가 아니겠느냐. 너나 나나 잘 되새겨볼 일이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