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생각 3

2015. 2. 9. 06:14단상

 

 

 결혼이란 오랫동안 분리되어 있던 한 쌍의 재회라고 인식해야 한다. 결혼으로 재회하는 둘은 원래 하나였던 까닭에 무엇보다도 서로 내적 동일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결혼과 달리 연애는 상대에 대한 절망을 확인하는 순간 끝나고 만다자신의 삶을 온당하게 산 사람은, 웬만큼이라도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적합한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원래 하나였던 것들이 지어내는 둘의 관계를 결혼이라고 하지만 결혼에는 원래 서로 상이한 두 단계가 있다. 하나는 자연이 부여한 불가사의한 충동에 따라 두 사람이 결합하는 단계로 자연의 충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생물학적 관계를 말한다. 이 시기의 부부는 서로의 관계를 둘 사이에 출생한 아이를 통해서 인식하고 이해한다.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관계를 보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결혼한 사람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까닭에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일종의 시련이다. 이 시련은 그때까지 자신이 형성해온 경험과 지식과 가치의 체계에 혼란과 변화가 일어나면서 당연히 겪게 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때의 시련은 부부라는 관계에 바쳐지는 제물이고, 이 같은 시련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자기는 부부라는 틀과 관계 안에서 새로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때의 자기란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서의 둘을 의미하고, 두 사람은 둘이 아니라 기실 하나라는 것을 실감하고 경험하면서 서로가 상대에 대해 바치는 헌신의 의미가 부부사이의 관계를 더욱 충일케 하고 굳건하게 하는 참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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